많은 이들이 기본을 지키는게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이를 철저하게 준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엔 기본을 지키는 작은 차이가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누는 기준이 되며, 좀 더 구체적으로는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나누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기본의 중요성은 사회 곳곳에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전형적인 장차산업으로 분류되어 한일시멘트의 경우라면, 기본과 원칙의 중요성을 더더욱 외면할 순 없을 것이다. 기본과 원칙의 중요성에 대한 한일人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 이번에는 단양공장에서 이루어졌다.
기본을 찾는 이유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라는 시간을 현장에서 보낸 이들이 들려준 기본에 대한 이야기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이들이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첫 번째로 꺼낸 화두 또한 진지했다. 세삼스레 다시, 기본으로!가 화제로 떠오른 이유를 찾는 일, 그야말로 가장 기본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신지훈 과장 : 최근 급격하게 세상이 빨리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매스컴도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고요. 하지만 산업 현장은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와는 다소 괴리가 있습니다. 공장이기 떄문에 곳곳에 위험이 산재되어 있거든요. 이 때문에 언제나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었습니다. 따라서 세삼스럽게라는 수식어는 적어도 산업현장에선 어울리지 않는 말이에요.
이형우 팀장 : 신 과장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산업현장에서는 언제나 안전을 중요시해왔고, 그게 기본이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겠죠. 다만, 사회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부각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번 쯤 생각해봐야 합니다. 다들 너무나 빠른 속도로 앞만 보고 달려왔잖아요.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 큰 반항이나 상식선에서 벗어나는 치명적인 일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고, 다들 이쯤에선 뒤로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기본에 대한 중요성이 나타나기 시작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성훈 팀장 : 이거 분위기가 너무 심각한데요. 우리 가볍게 갑시다(일동 웃음). 두 분 말씀처럼 저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기본을 지켜온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는 결국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벌어질 테고요. 사실 경제발전에 열을 올리며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기본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 달리던 기업들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하나같이 비틀거리다가 결국엔 쓰러지게 되었죠. 그런 기업들의 모습을 목격하면서 자연스레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게 아닐까요?
송병철 과장 : 맞습니다. 결국엔 기본기가 튼튼해야 다른 일도 잘할 수 있는 겁니다. 외부 상황이 아무리 급격하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능동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고요.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직을 수락하며 제일 먼저 한 일도 체력 테스트였잖아요. 실력이 있어도 기본이 안 되면 무너진다는 생각은 비단 스포츠에만 극한되는 얘기가 아닐 겁니다.
가장 단순한 성공의 법칙
이들의 말처럼 기본을 지켜야 성공한다는 법칙은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변화의 속도는 날로 빨라지고 있으며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한층 복잡해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 또한 결국엔 기본에 충실한 것인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기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쉽게 동감하면서도 기본을 망각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지훈 과장 : 기계팀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문제가 생겼을 떄를 되새겨 보니 대체로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라기보다는 중간중간 깜빡하고 놓쳤던 것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예를 들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비를 해오다가 어쩌다 딱 한 번 빼먹었을 때? 그렇게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마음을 놓고 방심해버리는 순간,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송병철 과장 : 맞습니다. 생산관리팀에 발령 받기 전 생산팀 소속으로 현장에서 관리하며 느낀 점도 모든 안전사고는 기본과 직결된다는 것입니다. 이십년, 삼십년씩 근무하면서도 안전사고 한번 없이 지내시는 분들을 보면 이 분들은 머릿속에 가장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늘 생각하고 계시더라고요. 물론 오랜 기간 작업하면서 생긴 경험이나 연륜도 무시할 순 없겠죠.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오랫동안 근무하는 동안 대수롭게 생각하고 건너뛸 수있는 작은 부분에까지 공을 들인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이성훈 팀장 : 변함없이 기본을 지킨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죠. 저도 환경안전팀에서 근무하면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많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일이 장치산업이다 보니깐 높은 곳에서 작업을 많이 하잖아요. 때론 5초의 작업을 위해서 한 시간 이상씩 안전장치에 공을 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번거롭다면 번거로운 일이죠. 그런데 단 5초의 작업일지라도 한 시간의 안전장치에 매달리는 것, 그 자체가 기본이고 원칙이 아닐까요?
이형우 팀장 : 무엇보다 우리가 생산 · 판매하는 시멘트와 레미콘은 건축이나 토목구조물의 안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제품 검수나 개발업무 과정에서 법적인 기준을 준수했는지, 확실한 검증을 거쳤는지 혹은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데 잠깐의 편의나 잘못된 전략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분명 인명과 관련된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법이죠. 자, 그런 측면에서 우리 회사의 기본은 너무나 당연히 안전으로 판명난 셈이네요?
흔들리지 않는 가치, 기본의 중요성
시종일관 열띤 분위기로 이어지던 토론은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대화 내내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기본과 원칙의 중요성이었고, 한일시멘트의 기본인 안전이라는 단어였다. 하지만 이들은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마지막으로 기본형 인간이 되기 위해 갖춰야할 실천 덕목이나 조직의 역할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신지훈 과장 : 저에게 필요한 걸 얘기해도 되겠죠?(웃음) 2004년에 입사해 2014년 2월자로 과장이 되면서 딱 10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당연히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이 었어요. 한편으로는 단양공장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나기도 했고요.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던 신입사원이었지만, 작은 것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여서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본에 대해서 가장 성의 있게 생각했던 그때의 마음가짐을 떠올리며, 나태해지지 않도록 꾸준히 제 자신을 채찍질해야 할 것 같아요.
송병철 과장 :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신지훈 과장이 말씀하셨으니, 전 조직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구성원이 매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심혈을 기울여 집중할 수 있고, 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동기부여가 필요할 것 같아요. 요즘 저의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하고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이왕이면 열과 성을 다해서 즐겁게 하면 좋잖아요. 결국엔 그것이 기본을 간과하지 않는 성실한 태도로 이어질 것이고요.
이형우 팀장 : 두 분 다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기본은 말 그대로 기본입니다. 기본을 어떻게 지키기보다는 기본을 바탕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역량을 어떻게 펼치냐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러자면 조직 전체에 원칙을 강조하고 조직원들이 기본과 원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나침반이나 지표가 있어야겠군요. 과감한 과거청산과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이성훈 팀장 : 정리하자면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가짐이고 조직이나 사회적으로는 적당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모두 다 맞는 말씀입니다. 사실 진정한 선진국이라 함은 경제지표가 아닌 인식과 문화가 발전한 사회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과 원칙을 지켜온 사람과 기업이 인정받아야 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그러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어야 할 겁니다. 자~그럼,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존경받는 세상을 꿈꾸면서 우리 뜨겁게 파이팅 한번 할까요? 하하하.(일동 웃음)
[출처] 2014 <사보한일>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