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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는 기업-한일시멘트

등록일 :
2005.01.14
조회수 :
6,807

개성상인의 '正道 경영'
한일시멘트, 창사후 한번도 적자 안내


한일시멘트의 창립자인 허채경 회장(95년 작고)은 대표적인 개성상인의 후예다 . 그는 경기도 개풍 출신으로 16세에 사업가의 길로 나섰다. 한학자였던 허 회장 의 부친은 '사업의 성공에 연연하지 말고 실패해도 좋으니 여러 사람을 상대하 며 올바른 상술을 터득하는 데 정성을 쏟으라' 고 당부했다고 한다.

개성상인들은 근면함과 성실, 뛰어난 경영기법을 바탕으로 상업적으로 성공하 고 자신들만의 경영철학도 만들어냈다.

허채경 회장은 개성상인의 성실함과 정도경영을 앞세워 한일시멘트를 국내 굴 지의 우량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일시멘트는 '재계의 숨은 진주' 로 불린다. 부채비율이 18%에 불과하고 창립 이래 43년 간 단 한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을 정도로 우량한 기업이지만 크게 알려져 있지 않다.

허채경 회장은 신용과 내실을 중요시 했다. 회사 경쟁력은 튼튼한 재무구조와 시장의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신념에서였다.

외형 중심의 무리한 투자는 지양하고 미래를 대비해 내실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또 신용을 기업의 생명이라 여겼다. 기업이 외부에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항상 강조했다. 이 때문에 한일시멘트는 오랜 기간 신뢰를 통해 다져온 장기거래처가 대부분이다.

허채경 회장은 내실과 신용이라는 개성상인 특유의 경영방침에 인간중심의 경영철학을 더했다.

허채경 회장은 '글무식보다 인(人)무식을 경계하라' 고 가르쳤다. 기업에서 최 고의 자산은 바로 사람이기에 사람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실을 중시하고 한 걸음씩 차분하게 나가는 한일시멘트의 이 같은 경영방식 때문에 일부에서는 의사결정이 다소 늦고 보수적인 경영을 한다는 지적이 따르 기도 한다.

허동섭 한일시멘트 회장은 '시멘트 회사는 최소 10년 후를 내다보고 기업을 운 영해야 하기 때문에 치밀하고 심도있는 검토와 신중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고 설명했다.
한일시멘트는 그러나 앞서가는 모습도 많이 보여준다.

외환위기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사업영역을 축소하고 경영이 위축되는 가운데 한일시멘트는 오히려 사내 정보통신망 확충과 연구개발 투자에 힘을 기울였다. 21세기 정보화 사회를 대비한 사전포석이었다.

한일시멘트는 또한 중간재인 시멘트 분야에 '브랜드' 개념을 도입해서 주목을 끌었다. 이미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레미탈' 이라는 자사 상표를 한 차원 높 은 브랜드 전략의 관점에서 육성한 것이다.

허채경 회장은 한일시멘트의 창립이념으로 '산업보국' 을 내세웠다. 70년대 초 한일시멘트가 어느 정도 규모의 성장을 이뤘을 때 그는 주위로부터 금융이나 유통 등 새롭게 주목받는 사업진출 제의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허채경 회장 은 '기업이 이윤만을 생각할 수 없다. 지금은 국가 기간산업이 더욱 필요할 때 ' 라며 이 같은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허채경 회장의 3남으로 한일시멘트를 이끌고 있는 허동섭 회장은 '우리 회사가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해 여러 사업을 크게 벌였다면 지금과 같이 탄탄한 내실 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허채경 회장은 평생을 시멘트를 중심으로 한우물만을 고집해 왔다.

한일시멘트는 자기분야에 집중해 최고를 이룬 대표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 다. 한 가지 분야에 매진함으로써 전문성과 탁월한 노하우를 가지게 됐다.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종류도 우리나라 시멘트 회사 중에 가장 다양하다. 일반 시멘트와 레미콘 외에 한일시멘트가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시멘트 2차제품의 숫자가 40여 가지를 넘고 있으며 제품 종류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일시멘트가 40여 년 간 꾸준히 발전해올 수 있는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개성 상인 특유의 내실경영과 정도경영 그리고 한 분야에 집중한 전문성 등을 든다. 그러나 한일시멘트 허동섭 회장은 여기에 '산업보국' 한 가지를 더했다.

허동섭 회장은 '산업보국이란 국가와 사회가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는 분야에 기업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 이라며 '이에 따르다보면 자연스럽게 당시 ' 시장' 에 가장 필요한 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고 밝혔다.

한일시멘트가 91년 국내 최초로 출시한 건축자재 '레미탈' 은 시장중심 경영의 대표적 사례다.

레미탈은 시멘트와 모래 그리고 용도에 적합한 특성 강화재가 미리 혼합돼 있 어 건축현장에서는 물만 혼합해 손쉽게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건축자 재다. 2004년 한일시멘트는 레미탈로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시장과 기업이 동시에 만족하는 윈윈효과를 거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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